[베를린이야기] 베를린에 IT 개발자로 취직하기 #1
독일 베를린에 와서 여행하며 일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대학 선후배들이나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간간히 연락이 와서 베를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생각보다 정보를 얻는 게 어려워 조금은 오래 걸렸던 나는, 나름 내 경험을 자세하게 정리해보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적어보려 한다.
참고로 나는 개발은 하지만 개발자는 아니다 (QA Engineer). 하지만 이곳에서는 개발자와 대우도 동급이고, 일도 가장 가깝게 하며 일 자체도 겹치는 것이 많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개발자들이 훨씬 더 많고, 해외 취직에 더욱 궁금해할 것 같다. 내용은 다음과 같이 나눠보려 한다.
베를린에 대해 알아보기
우선은 무턱대고 헬조선 탈출! 이라며 나가려 하기보단, 우선 베를린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고 나와 맞을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안 그럼 헬조선을 탈출하여 헬베를린에 입성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참고로 아래의 내용들은 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다.
베를린은 독일 동부에 위치한 수도이며, 외국 이민자들이 꽤나 많기 때문에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2년이 다 되어가는 나도 독일어는 아직 못한다. 한국에서 베를린까지는 직항이 없으며, 대부분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파리 혹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베를린으로 입국한다.
날씨
가을의 베를린 돔
베를린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그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여름에는 해가 새벽 4시 반쯤부터 떠서 밤 10시가 돼야 진다. 하지만 겨울은 회색도시라고도 불릴 만큼 어둡고 우중충하며, 해를 보기 거의 힘들 정도이다 아침 8시부터 해가 슬슬 떠서, 오후 4시면 이미 어둡다. 기온은 한국보다는 덜 춥고, 덜 덥다. 습도도 더 낮은 편이라 날씨는 전체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조금 건조하다. 베를린에는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예술인 유학생들이 많아 그런지, 한국사람들에게서 쉽게 듣는 말은 '우울하다, 죽은 도시 같다'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하루가 가고, 주말에는 저렴한 가격에 근처 유럽 어디든 여행을 떠나니, 해가 일찍 지던 늦게 지던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고, 어떤 방식이로든 해결책은 충분히 있다.
교통
베를린은 교통이 잘 되어있다.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북쪽 지역은 트램도 다닌다. 베를린은 위의 그림과 같이 중심가부터 A, B 그리고 C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보라색 표시), 먼 C구역까지 다니려면 요금이 더 비싸다. 중심가와 대부분의 관광지는 A구역에 밀집해있다. 전체적으로 교통비가 싸지만은 않다. 한 구역만을 위한 교통권은 없고, AB, BC 혹은 ABC구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교통권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AB구간 월 정액권이 81유로이다. 이 티켓으로 A와 B구간 내에서 지하철과 버스, 트램을 모두 언제 어디서든 타고 다닐 수 있다. 주말에는 한 명 동승도 가능하다. 대중교통은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새 운행한다. 클럽 문화가 유명하다 보니, 이를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평일에도 새벽 1시까지 정도 운행하는 곳도 있다. 베를린에는 2개의 공항이 있는데, B구역의 국제선이 많은 테겔 (Tegel) 공항과 (비유럽 국가들과 국내선 위주의 공항 - 한국의 인천공항) C구역에 있는 쉐네펠트 (Schönefeld) 공항이다. (유럽 국가들과 저가항공 위주의 공항 - 한국의 김포공항) 대부분의 사람들이 AB구간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쉐네펠트 공항을 가야하는 사람들은 보통 BC구간 1회 연장권을 사서 탑승한다. 베를린의 꽤나 많은 회사들이 교통비를 지원해준다. 연간권을 끊으면 회사 할인 옵션 (약 20%) 도 있고, 몇몇 회사들은 전액 지원해주기도 한다.
환경
개인적으로 폐가 안 좋은 나는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것이며, 오기 전까지는 정말 알 수 없었던 것, 담배를 많이 피운다. 길에서 걸어가며 피는 건 뭐 당연한 일이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며 담배를 피거나, 피우지 말라고 표시된 지하철 역 안에서도 당당하게 핀다. 출근길엔 지나치는 관공서가 하나 있는데, 매일 아침 열명 정도씩 나와서 건물 쪽에 붙어 담배를 피우면서, 연기를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로 내뿜는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당당한 곳이다. 담배연기를 싫어하거나 나처럼 정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기에, 내가 여기서 살지 않는 것이 낫다. 그러나 흡연자에게는 최상의 조건, 최고의 장소이다.
베를린에서는 길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다. 아침에 맥주병을 들고 마시며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고, 맥주를 짝으로 사서 지하철에 앉아서 다 같이 마시는, 열차가 술집이 되어버리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만큼 취객도 많기에 시비 거는 사람을 피해 조금은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독일어를 사용한다.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어를 사용하기에, 베를린에 온다면 그래도 기본 생활을 위해 기초레벨 정도의 독일어는 공부는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면, 처음 와서 정착할 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독일의 물은 석회질, 칼크 (Kalk)가 많다. 지역 별로 그 농도는 다르지만, 특히 베를린은 칼크 농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샤워를 하고 나면 머리가 뻑뻑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냥 수돗물을 마신다면 간혹 피부 트러블이나 물갈이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브리타 정수기를 구매해서 정수된 물을 마시거나, 마트에서 구매해서 마신다. 하지만 이도 칼크를 100% 걸러내 마실수는 없다고 한다. 나도 처음 3개월 정도는 간간히 오는 복통과 생전 없던 수준의 피부 트러블로 병에 걸린 건가 걱정할 때도 있었다.
물가
렌트나 전기, 물값은 싼편은 아니지만, 물가는 독일 내에서도 그렇고, 한국과 비교해서도 약 30%정도 저렴하다. 굽기 좋게 썰려있는 오겹살 300g은 한팩에 1.30유로 정도 한다. 독일 하면 맥주, 물보다 싸다고 유명한 맥주는 0.5l가 적게는 0.79에서 1.20유로 정도 한다. 참고로 독일에는 캔이나 병 재활용 시스템인 판트 (Pfand)가 있다. 웬만한 마트에 가면 판트 기계가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병이나 캔을 (제품마다 재활용 마크가 있다) 집어넣으면 유리병은 8센트, 딱딱한 플라스틱병은 15센트, 부드러운 플라스틱병이나 알루미늄 캔은 25센트씩 환불받을 수 있다.
이 로고가 있다면 판트가 가능하며, 8센트 혹은 15센트
이 로고가 있다면 판트가 가능하며, 25센트
쇼핑으로는 신발이 전체적으로 꽤나 저렴하다. 하지만 모두 싼 것만은 아니다. 한국보다는 저렴하지만 베를린 스타벅스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비싼 도시이다. 그란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은 3.29유로이다. 약 4400원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4600원에 판매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플 제품은 미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쪽에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유럽 쪽에서는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게다가 독일의 부가세 19%까지 추가되면, 그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차라리 저가항공을 타고 런던에 가서 구매해서 오는 방법이 더 저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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