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럴때 한국인이 아니다
해외에서 오래 지내고, 외국 국적을 가졌을때 좋은점 중 하나라면 내가 원할때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라고 내빼는것이다.
그럴일이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자주있다. 대부분은 쪽팔리는 이유다.
해외생활을 하는 커뮤니티들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이유로 슬픔와 아픔을 얘기하고 같이 공감해준다. 외국사람이 지나가면서 나를 사진으로 찍는거같아 불쾌해요, 나한테 니하오라고 해요 등을 시작으로 이보다 더한 안좋을 일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머리 까만 외형 100% 아시아인으로 안당해본적은 없다. 워낙 많아 왠만한건 대수롭지 않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한국인이 포스트를 하나 올렸다.
한 외국인의 뒷모습, 그사람이 입은 티셔츠에 한글이 써져있었다. 앞에는 이름이 쓰여있었다고 한다. 빵 터져서 '헬로 XXX!' 하고 불렀고, 그사람은 썩소를 날리며 너가 한국인인걸 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초상권을 위해 뒷모습만 올린다고 했다.
생각해봐라. 그 사람은 얼마나 불쾌하고 기분 나빴을까?
내가 독일어 혹은 영어로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었다. "I'm Happy" 라고 쓰여있는데, 외국인이 지나가면서 빵 터지며 나에게 헬로 해피! 라고 외치면 나는 기분이 좋을까? 즐거울까? 심지어 내 사진을 찍는다. 모르겠지만 이걸 어디다가 올렸다고?
앞에 쓰여있던 이름은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한글이었던건 알았지만,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을 수 있고, 기념품일수도 있다. 그걸 가지고 앞에서 웃고 사진찍고 이름을 부르다니, 아주 어마어마하게 조롱을 하는거다. 그 사람은 무대에 오른 광대도 아닌데 한글이 적혀있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 하나로 한국인에게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내가 영어 혹은 독일어로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었다 한들, 영어권이나 독일인에게, 심지어 전혀 다른 해외에서 조롱을 당하는 일은 없다.
Bio라고 쓰여있는 티셔치는 그리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유기농이라고 쓰여있으면 웃겨보인다. 왜그럴까? 개인적으론 익숙하지 않아서인듯하다. 보편적이지 않아서인듯하다. 그렇다고 웃음거리가 되는것보단, 한글이 쓰여있는것에 오히려 좀 뿌듯해 해야하지 않을까?
한글이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는걸 왜 신기하고 웃기게 보는지 그 문화까지 이해하고 알고 입어야한다면, 당신도 그들의 문화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웃음과 관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있다면 영어, 독어 혹은 다른 언어로 쓰여있는 티셔츠는 입지 말았으면 한다.
본인들은 차별과 놀림을 당하고 싶지는 않지만, 본인이 웃긴건 남들에겐 이해가 되야하는지는 제발 좀 생각해보면 좋을텐데. 이럴땐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해버린다.
어우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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